2010년 박정화 선교사

by 이병미 posted Nov 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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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화 선교사입니다.

 

교실마다에서 교사들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3개국 언어로 들려오던 한국아카데미의 수업 풍경과는 달리 여기 뿌깔빠에서는 ‘까스떼쟈노어’라 불리우는 남미식 스페인어 하나뿐이지만, 독특한 악센트와, 표현의 강조를 위해 조금씩 끄는 표현들이 음악의 리듬처럼 흥미로운 운율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옆 방, 3학년 교실에서 ‘silencio'라는 교사의 말이 거듭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이들의 집중을 요하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방금 초등학교의 벨이 울렸습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울타리에 있기 때문에 초등은 벨소리 한 번으로, 중고등학교는 벨소리 두 번으로 구분하여 수업의 시작과 마침을 알립니다.

 

안녕하세요? 윤목사님,

박정화 선교사입니다. 뿌깔빠에서 인사드립니다.

이목사님과 페루선교회의 여러분들께서도 주 안에서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이곳에서의 생활이 벌써 2주를 훌쩍 넘어섰는데, 편지가 너무 늦어졌습니다.

그동안 숙소정리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보았지만 열흘 전에 신청한 인터넷 설치팀은 아직도 도착할 생각이 없나봅니다. 어제 전화를 해보니 이쪽 지역에 기술자가 부족하다고 5일을 더 기다리라고 합니다.

황목사님과 구선교사님께서 3월의 분주한 학교 일정 속에서도 저의 빠른 정착을 위해 내내 마음을 써 주시고 계시고, 또 지난 며칠 동안 학교의 인테넷을 무선 환경으로 바꾸어 주셔서 오늘은 새로 준비 중인 학교 사무실에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기다려 주시고, 또 늘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뿌깔빠는 듣던 대로 아마존 지역이어서 많이 덥고 아주 강한 햇볕의 기운을 실감합니다.

필리핀의 트라이씨클(Tricycle)처럼 motor를 단 삼륜차들이 길에 가득하여, 주 교통수단인 모터카의 소음도 이곳을 이루는 주요한 풍경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사역하게 될 호산나 학교에는 도착한 다음 월요일에 각 학교별로 전체 조회에서 소개가 되었고, 이제 겨우 교사들과 학생들과 오가며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저의 공식 직함이 Asistente Directora General이기 때문에 뿌깔빠로 온 이후 저는 목사로 불리우지 않고, Señorita(Miss)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역에서 종교적인인 부분의 지도자로만 인식되지 않도록 황목사님께서 그렇게 부르도록 배려하셨습니다. 또 이곳은 라틴계 언어를 쓰기 때문에 명사 앞에 붙는 관사나 명사 어미의 변화에 따라 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어서 여성 목사를 의미하는 단어인 Pastora가 목사님(Pastor)의 부인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여서 Pastora라는 호칭을 쓰면 혼란이 생기기도 합니다.

호칭이야 어찌되었든 우리 주님의 나라만 왕성하게 된다면 상관없지만, 갑자기 모두들 저를 ‘쎄뇨리따’로 부르니 많이 어색하기도 하고, 목사로 불리웠던 시간들이 저에게 얼마나 큰 특권과 은총이었는지도 실감하게도 됩니다.

이제는 호칭으로가 아닌 삶의 내용으로, 그리고 주를 향한 사랑과 헌신으로 진정한 목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소명 가운데 있음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지나간 수 년 간 선교사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새로운 사역지로 온 지금, 저는 다시 새로운 걸음을 걷기 시작한 초보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근 1년간은 그저 지켜보며 배우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학교의 교육을 안다고 해도, 이곳은 전혀 다른 땅, 새로운 문화와 역사가 흐르는 곳이기 때문에 겸손하게 이곳의 현실을 배우는 것으로 사역을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도, 어느 땅이든지 영혼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비전은 하나이기에, 주의 말씀과 그분의 나라가 이곳에 더욱 왕성하게 서 가도록 기도로 준비하며 주님을 바라봅니다.

기도 가운데 저를 페루에 보내주시고, 또 기도 가운데 날마다 페루에 계시는 동역자 여러분들께서도 그렇게 저의 첫 해 동안 주 앞에 함께 서 주시리라 믿습니다.

한 가지 죄송한 말씀은, 아직 저의 재정 후원에 대한 부분들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들입니다. 페루선교회에 많은 부담을 드린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대로 개별적인 편지들을 다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고난 주간, 주님의 십자가와 구속의 은혜가 목사님과 교회와 가정 위에

 

더욱 가까이 임하여 지기를 기도드립니다.

 

 

 

- 뿌깔빠에서, 박정화 선교사 드립니다 -

 

 

 

 

* 전 화 : 핸드폰 51-961-779-701 / 집 전화 51-61-573-615 / 학교 51-61-573322

 

* 주 소 : AV. Centenario 1128, Pucallpa, Ucayali, Peru